수상소감
안녕하세요. '비, HY고딕A1에 스며들다'의 음희효 입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평소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랑 함께 최선을 다했던 공모전인데 좋은 결과도 얻게 되어서 추억도 두배로 생긴것같아 기쁩니다.
저희는 한양고딕만이 가진 99가지의 굵기를 강조하기 위해 99가지의 굵기를 크게 10가지로 나누어 비의 직선적인 느낌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였습니다.
고딕과 직선이 갖고있는 딱딱한 느낌보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은은한 그라데이션으로 배경처리를 하였고, 각각 비에 걸맞는 노래나 시, 소설등의 작품들을 인용하여 그 분위기를 더 극대화 시켰습니다.또 기본디자인을 응용하여 패키지 디자인을 해서 이렇게 상품화시켜도 어설프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고참 디자이너에게는 묵향 글꼴로 익숙하고, 신참 디자이너에게는 폰트바다나 HY폰트 명칭으로 더 익숙한 한양정보통신 주최 한양서체와 디자인 공모전이 벌써 두 번째를 맞이했다. 문화부가 1990년대 초에 발표한 ‘한글 글자본 제정 기준’의 총칙과 세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제작한 한양 HY고딕 A1 폰트의 우수성과 99종류의 굵기를 가진 실용성이 이번에 출품된 작품에서도 많이 증명되었다. 대상, 금상, 은상을 수상한 인덕대학교, 인천가톨릭대학교, 홍익대학교, 용인대학교, 공주대학교, 전북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의 학생들을 비롯한 여러분이 출품해주신 138편의 작품을 심사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예상을 웃도는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발견되어 기쁜 마음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한양 고딕 A1 서체는 한글 자소의 모양, 크기, 줄기의 길이/굵기, 줄기의 방향, 좌우상하 크기, 자소간 속공간, 가운데 중심, 무게 중심, 조화, 착시 등 음절 모양별 디자인을 철저히 검토하여 완성되었으므로 단어 단위나 문장 조판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해낸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단지, 극소수의 출품작이지만 기존 작품을 변형/모방하거나 심지어는 표절에 가까운 작품이 있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디자인 기술적인 면보다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상과 전개 면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이 일상적이다. 한양서체와 디자인 공모전이 지금처럼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수고해준 한양정보통신 여러분께도 감사 드린다.
대상 “ 비 HY고딕A1에 스며들다” / 은상 “ 한국식 색채표현”
우선, 탈락 작품들 중에 ‘잘못된 접근’으로부터 출발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런 작품들은 아무리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더라도 처음부터 입상권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예컨대 ‘붓’이나 여타 다른 필기도구를 소재로 적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디지털 타입페이스 고딕체인 HY고딕A1은 붓이나 일련의 필기도구들과는 전혀 무관한 도구들을 사용해서 개발되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리서치도 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접근한 디자인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밖에도, 멀쩡한 글자를 억지로 찌그러트려서 구체적인 형상을 만드는 놀이도 재미없으니 제발 그만두라고 말리고 싶다.
대상인 [비 HY고딕A1에 스며들다]와 은상인 [한국식 색채 표현]은 각각 표현 대상인 HY고딕A1이 아닌 다른 고딕체로는 대체불가능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상인 [비 HY고딕A1에 스며들다]에서는 가장 가는 웨이트부터 가장 굵은 웨이트까지의 미세한 차이들이 각각 안개비, 은실비, 이슬비, 가랑비, 진눈깨비, 바람비, 여우비, 채찍비, 소낙비, 장대비 등 빗줄기의 강도를 나타내는 예쁜 한국어 단어들에 대입되어 있는 점이 감성적이고 세련된 은유로 보였다. 물병, 노트, 우산, 폰 케이스에 적용한 어플리케이션도 이런 구상에 잘 어울렸다. 다만, 웨이트 혹은 비의 강도에 따라 색채 구성도 논리적 단계적에 따라 표현되었으면 더 의도가 잘 읽혔을 것이다. 지금 색채 선택은 다소 자의적이다. 그리고 비의 그래픽 표현에도 HY고딕A1의 다양한 글리프들을 더 적극적으로 응용했으면 타이포그래피의 측면에서 더 설득력이 생겼으리라 보인다. 좋은 구상이 강한 설득력을 갖춘 표현으로 완성되지 않은 채 머무른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더 좋은 해결책을 가진 다른 작품이 있었다면 아이디어만으로 대상까지 오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은상인 [한국식 색채 표현]도 대상과 비슷한 구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Blue의 색채를 파랗다, 퍼렇다,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파리우리하다, 파르대대하다 등 미세한 차이를 두어 표현하는 한국어의 심상이 HY고딕A1의 수많은 미세한 단계의 웨이트와 서로 유추되도록 한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그 색채표현들이 HY고딕A1의 웨이트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채 표현된 것은 심각한 실수였고, 색연필의 등장도 뜬금없었다.
은상인 [HY고딕A1과함께하는스마트한생활]은 디자인이나 아이디어 자체는 지나치게 평범하다 싶을만큼 특별한 점이 없었지만, 최근 출시된 여타 고딕체에 비해 디자인적 접근에 있어 과하게 의식하며 힘을 주지 않은 채 편안하게 표현된 HY고딕A1의 특성에 잘 어울린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결과적으로, 대상을 비롯한 여타 수상작들은 특별한 장점이 갖추었다기 보다는, 특별한 단점이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선정될 수가 있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금상 “HY고딕A1과 함께 하는 한글가온길이야기”
금상 “HY고딕A1과함께 하는 한글가온길이야기”는 공모전 주제에 잘 접근해 있는 데다 편집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 리듬, 색, 통일성 등 비교적 안정된 지면을 운용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여러 요소가 잘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루었다. 지나치게 안정된 지면을 보완하기 위해 메인 사진의 크기로 약점을 피해갔다.
무엇 보다 크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으로 편집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editing 감각이 매우 뛰어나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세종로 일대에 산재되어 있는 한글 관련 문화 공간을 묶음으로 구성한 것이나 경복궁, 광화문 광장을 포함시켜 ‘순례’라는 ‘즐거움’ 을 추가시킨 작업자의 감각은 그의 장기간의 고민과 반복된 현장방문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학생이므로, 땀과 그 성취의 보람을 경험을 통해 터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 페이지로 이루어지는 페이지 물일 경우, 지면 메이크업 후 공정인 제작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부분 사고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며 실수할 경우, 제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가장 체크를 많이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아쉬웠던 것은 작품에서 기획의도, 디자인 컨셉 등은 표시되었지만, 중요한 제작 계획이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여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기초적인 제작과정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아직 학생이므로 복잡한 제작과정을 요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판형, 예상 면수 , 제책 방식 등 기본적인 사양은 꼭 들어 있어야 했다.
예컨대, 이 작품 하단에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커팅 라인 위 선의 경우, 작업자가 판형에 따른 편차 위험도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금상 “읽는 연극 산돼지”
이 작품은 김우진 작가의 표현주의 극 원작 <산돼지>를 웹 전시 형태의 참신한 타이포 연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HY 고딕 A1을 활용하여 흑백의 간결하고 단순한 타이포로 잘 정리된 관람권과 전시포스터에 이어 특히 웹 모바일 화면에서 책의 본문 내용은 활자체의 굵기 활용을 통해 감정표현으로서의 타이포그래피적 표현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획의 굵기를 가진 HY 고딕 A1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자했다는 점은 주목되었지만, 다소 단조로운 본문 대비의 타이포그래피적 반복 표현은 99가지 굵기의 다양함을 가진 HY 고딕 A1의 폭 넓은 활용 가능성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금상 “읽는 연극 산돼지”
HY고딕A1이 가진 다양한 인상을 이용해 연극 등장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려 했다는 시도 자체가 현명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여기까지가 전부다. 진입로는 제대로 찾았는데 문 손잡이만 잡은 채 우물쭈물하다 끝낸 느낌이랄까. 말하자면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주조색으로 사용된 검정, 웹과 모바일에 사용된 그라디언트 배경 등은 다소 관성적으로 선택된 듯 느껴진다.
타이포그래피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약점이 더 분명히 보인다. 글자 사이, 단어 사이, 글줄 사이 공간을 세심하게 다룬 흔적이 없고, 지나치게 즉흥적으로 배열한 듯한 레이아웃도 그닥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HY고딕A1의 장점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려 한 발상과 노력만은 높이 사주고 싶다.
은상 “폰트받았어? 폰트바다써!”
한양정보통신의 서체 패키지인 폰트바다를 알기 쉽고 간결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나타낸 수작이다. 심사위원단은, 학생으로서 기본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인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지나치게 트랜드에 휩쓸리기 쉬운 학생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시사하기 위한 포상의 성격도 있다.